l노사가 합의안에 서명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법이 보호하는 근로조건의 결정이고, 이사회가 비준하면 법적 효력이 생긴다는 게 일반적인 이해다. 그런데 2026년 5월, 삼성전자 노사가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잠정합의안에 서명하자마자, 소액주주 단체가 그 합의 자체가 위법이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예고했다. 노동합의를 주주가 막겠다는 시나리오는 낯설다. 그게 실제로 가능한 구조인지, 어디까지 현실적인지부터 짚어야 한다.
주주단체가 주장하는 위법 근거 세 가지
주주운동본부가 제시한 위법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영업이익은 법인세를 먼저 공제해야 하므로 세전 수치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는 점이다. 둘째, 세후 단계에서도 상법 제462조 제1항의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우회해 자금을 유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셋째, 투자 위험을 감수한 주주들에게 분배 권리가 귀속되므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회사가 번 돈은 세금 → 법정 적립금 → 배당가능이익 확정 → 주주총회 승인이라는 순서를 거쳐야 분배할 수 있는데, 노사가 이 절차를 건너뛰고 영업이익 단계에서 미리 몫을 떼어놓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주운동본부는 "영업이익 배분 질서의 1원칙(세금 우선), 2원칙(자본충실), 3원칙(주주귀속) 중 어느 하나라도 우회하면 상법 위반이며, 노사 자치나 단체협약의 이름으로도 그 위법성은 치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송 수단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주주단체가 예고한 법적 수단은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 위법 행위 유지 청구권 가처분, 단체협약 효력정지 가처분이다. 여기에 더해 이사들을 상대로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 주주대표소송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 수단들은 각각 목적과 기능이 다르다.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가
억울함과 법적 인정 가능성은 다르다. 주주 입장의 주장이 완전히 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여럿 있다.
우선 단체협약의 법적 지위가 문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적법한 단체협약을 규범적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보호한다.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합의를 상법상 자본충실 원칙으로 곧바로 무너뜨릴 수 있는지는 법원에서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국내 법원이 단체협약을 정면으로 무효라고 본 사례는 흔하지 않다.
가처분의 경우, 성과급 지급이 "회복 불능의 손해"를 유발한다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 법원은 가처분 인용 시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저울질한다. 단순히 주주 배당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처분이 곧바로 인용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주주대표소송은 요건 자체가 까다롭다. 주주운동본부는 상법상 주주대표소송 제기 요건인 지분 1% 확보를 목표로 세 결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규모를 고려하면 1%는 수조 원에 달한다. 현재 이 단체가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회사와 이사회의 대응 가능성
회사는 노사 합의에 따른 보상 제도라는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고, 주주단체는 회사 이익에서 우선 배분된다는 시각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판에서는 이 성과급이 '임금'으로 분류되는지, 아니면 이익배분에 가까운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임금이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이익배분에 가깝다면 상법상 배당 관련 절차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이 구분이 실제 법원 판단을 가를 핵심 포인트다.
한편, 이번 합의에서 성과급 지급 방식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정한 점도 주목된다. 이는 임직원의 보상을 장기 기업가치와 연동시키는 효과가 있고,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 지급 구조는 오히려 주주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방어 논리로도 활용될 수 있다.
비슷한 유형의 분쟁 흐름
국내에서 노사합의를 대상으로 주주가 직접 법적 효력을 다툰 사건은 아직 정착된 판례가 없는 분야다. 다만 이사의 경영판단과 주주 이익 충돌을 다룬 주주대표소송에서 법원은 경영판단 원칙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법원은 이사가 상당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사건에서 유지해왔다.
이번 사건에서 이사들이 법률 검토를 거쳐 합의를 비준했다면, 주주단체가 배임이나 충실의무 위반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단체협약 무효 주장 역시 법원이 노동법과 상법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린 문제로, 실제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가처분이 만약 인용된다 해도 본안 소송은 별개다. 가처분은 임시 처분이고, 본안에서 다시 다퉈야 한다. 사건이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1심 결론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조합원 투표 통과 → 이사회 비준 → 성과급 지급이 먼저 이뤄질 수 있어, 소송이 현실적으로 지급을 막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FAQ
Q. 주주가 노사합의를 법적으로 막은 사례가 국내에 있나요?
A. 노사 단체협약을 주주가 상법 위반을 근거로 직접 무효화한 확정 판례는 아직 없다. 이번 사건이 새로운 법적 쟁점을 만드는 선례가 될 수 있다.
Q.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성과급 지급이 바로 중단되나요?
A. 이사회 결의 전에 가처분이 인용되면 임시로 지급이 막힐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지급된 이후라면 취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타이밍이 핵심이다.
Q. 주주대표소송을 지금 당장 제기할 수 있나요?
A. 상법상 지분 1%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주주운동본부는 현재 이 요건 충족을 위해 주주 결집 중이며, 아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Q. 이 소송에서 이사들이 실제로 배임 책임을 질 가능성은?
A. 법률 검토를 거쳐 합리적으로 판단한 경영 행위라면 법원이 배임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이사들이 노동법과 상법 양측의 검토 없이 무리하게 비준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책임 인정 가능성은 낮다.
Q. 단체협약 효력정지 가처분은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요?
A. 단체협약이 강행법규를 명백히 위반했다는 점을 소명해야 하고, 가처분을 인용하지 않으면 회복 불능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긴박성도 입증해야 한다. 두 요건 모두 법원 설득이 쉽지 않다.
Q.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소송에 영향이 있나요?
A. 찬반투표는 노조 내부 절차다. 소송의 쟁점은 노조 동의 여부가 아니라 합의 내용이 상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이므로, 투표 결과가 소송 결과를 직접 좌우하지는 않는다.





